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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맛있다고 검증된 콜라를 사람들은 왜 거부했을까요? 20만 명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이긴 뉴코크가 출시 79일 만에 퇴출된 이유는 '맛'이 아니라 '익숙함'에 있었습니다. 저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이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직접 겪어보니, 우리가 변화를 피하는 건 의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익숙한 것이 좋아 보이는 이유 — 단순노출효과
1985년 코카콜라가 뉴코크를 출시했을 때, 경영진은 자신만만했습니다.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새 레시피가 압도적으로 앞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 내놓자마자 소비자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고, 시애틀에서는 집단 소송까지 제기됐습니다. 결국 79일 만에 오리지널 코카콜라 클래식이 복귀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미시간대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는 이 현상을 실험으로 설명했습니다. 피실험자들에게 낯선 글자나 단어를 반복해서 보여준 뒤 선호도를 물으면, 사람들은 자주 접한 것을 더 좋아한다고 답합니다. 이것을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합니다. 단순노출효과란 어떤 대상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것만으로 그 대상에 호감이 생기는 심리 현상을 뜻합니다. 좋아서 자주 보는 게 아니라, 자주 봐서 좋아지는 원리입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제 경험상 이건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처음 독서를 시작했을 때, 한 페이지 읽는 것도 버거웠습니다. 그냥 낯설고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매일 같은 시간에 책을 펼치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책을 안 읽으면 오히려 허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뇌가 반복에 익숙해지면서 그것을 '안전한 것', '좋은 것'으로 분류한 거라고 이제는 이해합니다. 처음의 낯섦이 언젠가 익숙함이 된다는 걸, 그때 처음 몸으로 배웠습니다.
- 단순노출효과: 반복 접촉만으로 호감이 형성되는 현상
- 뇌는 자주 마주치는 대상을 '안전한 것'으로 분류한다.
- 새로운 콜라 맛보다 오래된 '기억'이 소비자를 움직였다.
잃는 게 두려운 뇌 — 손실회피와 소유효과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사람들이 불확실한 선택과 확실한 선택 중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00만 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선택과, 아무런 위험 없이 확실하게 46만 원을 받는 선택을 제시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46만 원을 선택했습니다. 동전 던지기의 기댓값은 50만 원으로 더 높지만, 사람들은 더 큰 보상의 가능성보다 손해를 보지 않는 확실한 보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것입니다.
반대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심리가 정반대로 바뀝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아무 손실이 없지만, 뒷면이 나오면 100만 원을 잃는 선택과, 확실하게 46만 원을 잃는 선택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동전 던지기를 선택합니다. 손실을 확정 짓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손해를 피하고 싶은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카너먼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 보여주는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또한 카너먼은 사람들에게 "이런 50 대 50 게임에 참여하려면 얼마를 딸 수 있어야 하겠느냐"라고 질문했는데, 대부분은 100만 원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면 최소 200만 원 정도는 딸 수 있어야 참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것이 손실회피(Loss Aversion)입니다. 손실회피란 같은 크기의 이득과 손실을 비교할 때 손실을 훨씬 더 크게 느끼는 인간의 심리적 편향을 말합니다(출처: Nobel Prize - Daniel Kahneman).
여기에 소유효과(Endowment Effect)까지 더해집니다. 소유효과란 내가 이미 가진 것에 실제 가치보다 더 높은 값을 매기는 현상입니다. 리처드 탈러의 실험에서 머그잔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 24,000원에 팔겠다고 했지만, 사려는 사람들은 평균 1만 원밖에 안 낸다고 했습니다. 같은 물건인데 소유 여부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뇌 촬영 연구에서는 자신이 쓰던 물건을 팔 때 신체적 고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가망 없는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는 것도, 별 미련 없는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도, 알고 보면 다 뇌가 느끼는 '물리적 고통'을 피하려는 본능이었던 겁니다.
뇌를 설득하는 습관 설계 3가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오랫동안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탓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설계였습니다.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이 밝혀낸 방법들을 알고 나서야,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일이 조금씩 덜 두려워졌습니다.
첫 번째는 제로베이스 사고법입니다. 인텔의 CEO 앤디 그로브는 메모리칩 사업이 기울자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오늘 우리가 해고되고 새 CEO가 온다면, 그 사람은 뭘 할까?" 답은 명확했습니다. 메모리 사업을 접고 프로세서에 올인하는 것. 그 질문 하나가 인텔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다시 세웠습니다. 저도 막막한 상황이 올 때마다 이 질문을 씁니다. 오늘 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잃었다면, 내일 나는 다시 이것을 선택할까? 대답이 '아니요'라면, 손실이 두려운 것이지 그것을 진짜 원하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는 20초 규칙입니다. 하버드 긍정심리학자 숀 아커는 행동을 시작하는 데 20초 이상 걸리면 뇌가 그냥 포기한다고 말합니다. 스마트폰을 덜 보고 싶다면 의지로 참는 대신, 퇴근 후 폰을 서랍장에 폰을 보관하도록 합시다. 꺼내러 가는 데 딱 20초가 걸리게 만들면 됩니다. 그 마찰력이 뇌를 귀찮게 만듭니다. 반대로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면 거실 한복판에 요가매트를 펼쳐두는 겁니다. 지나가다 밟히면 한 번이라도 더 스쾃을 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스탠퍼드대 행동설계 전문가 B.J. 포그 박사가 제안한 앵커-행동-축하(ABC) 공식입니다. 앵커(Anchor)란 이미 매일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여기서 앵커란 새 습관을 걸어둘 '기존 행동의 갈고리'입니다. 양치 후에 스쾃 한 번, 커피 머신 버튼을 누르고 나서 책 한 문장 읽기처럼, 기존 루틴 뒤에 아주 작은 행동을 붙이는 겁니다. 그리고 그 행동을 마치자마자 1초 안에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주먹을 쥐고 "잘했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뇌에서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됩니다. 도파민이란 목표를 향한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뇌의 보상 호르몬입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나 길에서 동전을 주웠을 때나, 뇌가 행복해하는 메커니즘은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작은 성공을 자주 쌓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FAQ
Q. 단순노출효과는 정말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나요?
A. 자이언스의 연구에 따르면 단순노출효과는 문화나 연령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납니다. 처음 들었을 때 별로였던 노래가 몇 번 듣다 보면 흥얼거리게 되는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예외 없이 작동했습니다. 다만 첫 인상이 극도로 부정적인 경우에는 반복이 오히려 거부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Q. 손실회피 편향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나요?
A.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지만,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판단이 달라집니다. 제로베이스 사고법처럼 "지금 내가 손실이 두려운 건지, 진짜 원하는 건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직접 써봤는데,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줬습니다.
Q. ABC 공식에서 축하가 꼭 필요한가요? 민망한데요.
A. 저도 처음엔 혼자 거울 보고 윙크하는 게 영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B.J. 포그 박사에 따르면 이 축하 과정이 도파민 분비를 유도해 뇌에 '이 행동 = 즐거움'으로 각인시키는 핵심 단계입니다. 소리 내어 말하기 어렵다면 심호흡 하나, 미소 하나도 충분합니다. 형식보다 1초 안에 반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습관이 자리 잡히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A. '21일 법칙'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연구에 따르면 새 습관이 자동화되는 데 평균 66일이 걸렸습니다. 다만 이건 평균값이라 행동의 복잡도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중요한 건 기간보다 '끊기지 않고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작게 시작해야 끊기지 않습니다.
나의 한마디
저는 새로운 일 앞에서 유독 오래 망설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능력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뇌가 원래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손실을 두려워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걸 알고 나서야 비로소 스스로를 탓하는 일이 줄었습니다. 나쁜 습관을 못 끊고 좋은 습관을 못 만드는 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방향을 바꿨습니다. 삶이 지루하다 싶으면 환경을 탓하는 대신, 아주 작은 새 행동 하나를 제 루틴에 끼워 넣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시시해 보여도, 반복이 쌓이면 그것이 제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됩니다. 우주선이 궤도에 오르면 작은 연료만으로도 무한히 날 수 있듯, 처음 그 1도만 바꿔내면 1년 뒤, 10년 뒤는 전혀 다른 곳에 있게 됩니다. 거창한 각오보다 오늘 딱 한 가지, 작게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