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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숏폼이 그냥 시간 낭비라고만 생각했지, 뇌 구조 자체를 바꿔놓는다는 사실은 몰랐습니다. 2024년 옥스퍼드 대학교가 올해의 단어로 'Brain Rot(브레인 롯)'을 선정했을 때도 그냥 유행어겠거니 했는데,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뇌가 짧고 강한 자극에 길들여지는 과정, 그리고 그걸 되돌리는 방법까지 정리해 봤습니다.
1. 숏폼은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뇌의 사용 방식을 바꾼다.
저도 처음에는 숏폼을 가볍게 즐기는 영상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잠깐 쉬려고 영상을 하나 켰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특별히 볼 것이 없어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버스를 타는 짧은 순간마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숏폼 앱을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새로운 방식으로 학습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숏폼은 도파민 시스템을 자극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도파민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다음 보상을 기대하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다음 영상이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계속 스크롤을 내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짧고 강한 보상에 익숙해지고, 긴 글을 읽거나 하나의 문제를 오래 고민하는 일을 점점 힘들어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능력을 인지적 지구력(Cognitive Endurance)이라고 부르는데, 숏폼을 오래 소비할수록 이 능력이 점차 약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행복을 느끼는 역치도 높아집니다. 책을 한 권 읽었을 때의 성취감이나 친구와의 대화, 산책 같은 소소한 즐거움이 이전만큼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2024년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 (출처: Oxford University Press)가 'Brain Rot'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이유도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으로 상징하는 표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 뇌는 망가지는 기관이 아니라 다시 성장하는 기관이다
다행인 점은 뇌는 한 번 변했다고 해서 영원히 그대로 머무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이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입니다.
런던대학교(UCL)의 엘리노어 매과이어(Eleanor Maguire) 연구팀은 런던 택시기사들의 뇌를 연구했는데, 수만 개의 도로를 암기한 기사들은 일반인보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가 더 크게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PNAS, Maguire et al., 2000). 즉,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은 뇌가 실제로 변화하며 강화된다는 뜻입니다.
저 역시 이 연구를 접한 뒤부터 숏폼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뇌를 다시 사용하는 습관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독서를 한 뒤 바로 다른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는 대신 산책이나 설거지처럼 단순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습관과 반복 동작을 담당하는 선조체(Striatum)를 활성화해 과부하된 해마가 잠시 쉬도록 도와줍니다. 처음에는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졌지만 며칠이 지나자 한 페이지를 읽는 시간이 점차 길어졌고, 예전보다 내용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뇌는 자극을 많이 받을수록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방식으로 반복 사용할 때 더욱 건강하게 발달한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3. 독서와 글쓰기가 최고의 뇌 훈련인 이유
숏폼을 줄인 뒤 제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독서와 글쓰기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뇌를 회복시키는 훈련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30년 넘게 진행된 '수녀 연구(Nun Study)'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연구에서는 젊은 시절 글을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작성했던 수녀들이 노년에도 인지 기능을 훨씬 잘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콜롬비아대학교의 야코브 스턴(Yaakov Stern) 교수는 이를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평소 독서와 사고,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신경회로를 만들어 두면 일부 기능이 저하되더라도 다른 회로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연구를 읽고 난 뒤 매일 세 줄이라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 '오늘 가장 잘한 일은 무엇인지', '내일은 무엇을 바꿔볼 것인지'를 적는 간단한 습관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하루를 돌아보는 힘이 생겼고, 책에서 읽은 내용도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결국 숏폼은 순간의 자극을 주지만 독서와 글쓰기는 사고력을 키우고 기억을 연결하며 뇌를 성장시킵니다.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강한 자극을 계속 소비하는 것보다 깊이 읽고, 천천히 생각하고, 직접 문장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숏폼을 보는 이유가 정말 재미있어서인지, 아니면 지금 일상이 재미없어서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책을 30분 읽는 건 먼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닙니다. 지금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인지적 지구력은 결국 오늘 하루를 얼마나 의미 있게 보내느냐에서 조금씩 쌓입니다. 뇌 가소성이 있는 한,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