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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만남이 줄어서가 아닙니다. 때로는 상처받은 마음이 스스로 관계의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믿었던 친구의 뒷담화를 알게 된 순간부터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외로움이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닫아버린 마음의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외로움이 몸을 망가뜨린다는 사실
솔직히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조금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외롭다고 몸까지 아파진다고?” 쉽게 믿기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과 외로움이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들을 살펴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사회적 고립이란 단순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와 연결감이 부족한 상태를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적인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 면역 기능 저하, 조기 사망 위험 증가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만성적인 외로움의 건강 위험이 하루 약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했습니다.(출처: U.S. Surgeon General, Our Epidemic of Loneliness and Isolation).
더 놀라운 점은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젊을 때는 바쁜 일상과 새로운 만남 속에서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직장, 가족, 환경의 변화로 인간관계가 줄어들기 쉽습니다. 저 역시 주변을 돌아보면 비슷한 모습을 발견합니다. 휴대폰 연락처에는 수많은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만, 정작 힘든 순간 편하게 전화할 사람은 많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외로움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외로움은 단순히 “기분이 조금 쓸쓸한 상태”가 아니라, 우리 몸이 지속적인 스트레스 신호를 보내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를 이해하고, 진짜 연결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를 하나라도 유지하는 것입니다. .
진짜 친구를 가리는 기준
진짜 친구를 고르는 기준이 저에게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교과서처럼 "슬플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더군요.
영국의 문화인류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제시한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던바의 수란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를 수치화한 것으로, 그 상한선이 약 150명이라는 이론입니다. 그중에서 진짜 가까운 핵심 관계, 소위 '찐친'은 다섯 명 수준에 불과합니다(출처: Royal Society, Dunbar 1992).
저도 손가락을 꼽아봤는데, 솔직히 한 명도 자신 있게 꼽기가 어려웠습니다. 믿었던 친구가 뒤에서 뒷담화를 한다는 걸 알게 된 그 경험 이후로, 저는 마음속에 벽 같은 걸 세워뒀던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가 퍼질까봐 속을 내보이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깊은 유대를 만들 기회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친구를 가리는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슬픈 일에는 다들 손을 잡아줍니다. 그런데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와 기뻐해주는 친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진짜 친구는 제가 잘됐을 때도 질투 없이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슬플 때 함께 슬퍼해 줄 수 있는 정서적 공명 능력
- 잘될 때 시기 없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태도
- 자존심 상하는 말도 터놓을 수 있는 안전한 관계
-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는 신뢰성
관계 관리를 망치는 최악의 유형들
제 경험에 비춰보면 나쁜 친구라는 게 처음부터 티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깝다고 믿었기 때문에 더 오래, 더 깊이 당하게 됩니다.
나르시시즘(narcissism)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친구 관계에서 취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나르시시즘이란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우선시하고 타인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인식하는 성격 특성입니다. 이런 유형은 반복적으로 상대를 착취하면서도 스스로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저도 그런 친구를 오래 곁에 뒀습니다. 뒷담화를 들었을 때 처음엔 믿기가 싫었습니다. 워낙 웃는 얼굴로 대했던 친구라 더 그랬습니다.
만나지 말아야 할 유형을 정리해보면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유형입니다. 평소엔 아무런 감정적 유대 확인 없이 지내다가 돈을 빌릴 일이 생기거나 부탁이 있을 때만 나타납니다. 두 번째는 착취형 친구입니다. 자신이 빛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변에 덜 빛나는 사람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활용하는 유형입니다. 세 번째는 내 부탁을 언제나 거절하는 친구입니다. 가끔 거절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제가 한 부탁마다 매번 거절이 돌아온다면, 그건 그 관계에 감정적 투자가 없다는 신호로 읽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제 경험상 "절교"라는 말을 직접 꺼내는 건 득보다 실이 큽니다. 관계를 명확히 끊었다는 선언은 상대를 원수로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만남을 조용히 줄여가면 됩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거절을 반복하다 보면 대부분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관계 관리법
버지니아 대학의 언덕 실험이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언덕 실험이란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을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언덕 앞에 세워두고, 그 언덕의 경사와 거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측정한 실험입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선 쪽이 언덕을 더 낮게, 거리를 더 가깝게 느꼈습니다. 아직 오르지도 않은 언덕인데,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짐이 가벼워진 겁니다.
이 실험을 처음 접했을 때 제가 직접 겪어봤던 감각이 떠올랐습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무 말 없이 그냥 옆에 앉아 있어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무슨 조언을 해준 것도 아닌데,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숨이 트이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게 정서적 유대(emotional bonding)의 힘입니다. 정서적 유대란 특정 관계에서 형성되는 안정적인 심리적 연결로,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충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거창한 방법보다는 작은 실천이 먼저라고 봅니다. 오래 연락이 끊겼더라도 먼저 문자 하나 보내는 용기, 그 친구가 잘됐을 때 진심으로 "잘됐다"고 한마디 건네는 것, 그리고 그 관계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저는 마음에 벽을 치고 있었다는 걸 압니다. 뒷담화를 들은 이후로 누군가를 믿는 게 무서워졌고, 그 무서움이 친구를 사귀는 걸 방해해왔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저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고립시키는 선택이었습니다. 진짜 친구 세 명만 있어도 살만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세 명을 얻기 위해, 먼저 저 자신이 그 세 명 중 하나가 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이 들수록 친구가 줄어드는 게 정상인가요?
A. 정상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가 가장 바쁜 30대에는 평균 친구 수가 오히려 7.3명으로 줄어듭니다. 일, 결혼, 육아가 겹치면서 관계에 쓸 시간 자체가 줄기 때문입니다. 다만 70대가 되면 평균 14.7명으로 다시 늘어난다는 데이터도 있으니, 지금 적다고 해서 영원히 적은 건 아닙니다.
Q. 뒷담화하는 친구, 그냥 끊어야 하나요?
A. "절교"라는 말을 직접 꺼내는 것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말로 선언하는 순간 관계가 원수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만남을 조용히 줄이고, 거절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깁니다. 제 경우도 그 방식으로 정리했고, 지금은 같은 자리에서 마주쳐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Q. 마음을 못 여는 성격인데, 진짜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A. 저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유가 과거의 배신 경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데, 그 벽이 나를 보호한다기보다 오히려 고립시킨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거창한 고백이 아니어도 됩니다. 짧은 문자 한 통, 먼저 안부를 묻는 작은 행동이 정서적 유대를 쌓는 첫 단추입니다.
Q. 친구한테 비밀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A.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한 친구도 자신의 배우자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그 배우자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완전한 비밀은 없다고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특히 제 경험처럼 뒷담화로 이어질 경우, 관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비밀은 가능하면 무덤까지 가져가는 것이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결론
진짜 친구가 많을 필요는 없습니다. 제 기쁨과 슬픔을 함께해줄 수 있는 사람 몇 명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그 몇 명을 얻으려면, 먼저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마음에 벽을 치고 있으면 아무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벽을 완전히 허물 자신은 없더라도, 문 하나 정도는 열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
힘들 때 따뜻하게 말 건네고, 잘됐을 때 같이 기뻐해줄 수 있는 관계. 그런 관계가 있어야 세상이 살 만해집니다. 먼저 연락하고, 먼저 축하해주고,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그게 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